"등을 마주댈 자."

 

 

3.2
✺  광활한 원시림이 끝 없이 펼쳐져있다. 이곳이.. 드라켄헤임.

거대한 원시림이 펼쳐져 있다.
건물보다 높은 나무는 하늘을 가리고, 분명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숲은 한 밤처럼 어둡다.
바닥에 깔린 빛나는 이끼가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마치 대륙을 반으로 갈라 놓은 것처럼 거대한 구멍 안으로 바다같은 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게 드라켄헤임의 폭포. 인간의 세계와는 그 규모가 다르다.


드라켄헤임에서 거대한 것은 식물만이 아니다.
집채만한 네 발 달린 짐승이 사람만한 크기의 과일을 따 먹고 있다.


드라켄헤임에 거대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세계에서도 흔히 볼법한 동식물 역시 서식한다.

절벽 사이를 가로지르는 계곡에 물고기가 떼지어 이동한다.
작은 물고기 떼를 뒤 이어 포식자로 보이는 커다란 물고기가 뒤 따라가더니,
그 뒤를 또 다시 고래처럼 거대한 무언가가 따라가 집어삼킨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뜻한 온천이다.
살짝 에메랄드 빛을 띄고 있는 물은 적당한 온도로 피로를 회복하기에 좋을 것 같다.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꽃밭이다.
...아니, 꽃? 이라기에는 그 중앙에 박혀서 빛나는 것은 마치 보석같은 무언가.
바람이 불어올 때 일제히 풍경 소리가 울린다.


주변을 돌아다닐 때, 생각해 보니 어떠한 알을 보았던 것도 같다.
… 알? 무슨 알이지? 기억은 묘하게 희미하다. 어디에서 스쳐 지나갔더라?


하늘마저 인간의 땅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낮의 푸른 하늘도, 오후의 노을짐도, 밤의 별빛도 유독 선명하게 보인다.
저 너머로 깊고도 어두워, 그 끝을 알 수 없는 구멍이 보인다.


… 한 눈에 보아도, 주변의 풍경과는 퍽 이질적인 느낌이다.
어쨌건 지금은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겠지.


여러 가지 자연의 소리가 어우러진 채 들려 온다.
그 소리는 평화롭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이 벅차오르기도 한다.
어쩌면 인간의 음악은, 태초의 자연을 따라가려는 시도였을지도...


거대한 호수는 기이할만치 물이 맑아 아래가 훤히 비춰 보인다.
물은 몹시 시원해서, 여과 없이 식수로 사용하기 딱 알맞다.


나무 열매들이 구석진 곳에 한가득 모여 있다.
근처에 서식하는 동물들의 보금자리일까.


드래곤의 날개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사라진다.
인간의 땅에선 드문 소리이지만, 이 곳에서만큼은 흔할 것이다.


뭔가 선명한 냄새가… 이크! 동물의 배설물이 주변에 있는 듯 하다.
발끝을 잘 보고 돌아 다니는 게 좋겠는걸 ...

 

「드래곤」

저 멀리 소환자가 어설픈 폼으로 짐승에게 칼을 겨누고 있다.
직접 피를 본 적이 없나?
어설픈 수준이 아니라 생명을 빼앗는 것 자체를 망설이고 있다.


영 믿음직스럽지 못한 소환자가 눈에 띈다.
곧 죽을 것 같이 비실대면서도, 꿋꿋하게 살아 움직인다.


생각보다 쓸만 할지도.. 라는 생각이 스친다.
얼마간 지켜보다가, 슬슬 가르침을 줘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지켜본 바에 의하면 저들의 재생력은 가히 「불사」라고 불러도 좋을 수준이다.
저 정도의 회복이 가능하다면, 가히 신의 영역이 아닌가.


레어 근처로 지나가는 소환자가 보인다.
이 곳은 드래곤의 영역이라 마물 따위는 없거늘,
그런 것도 모르는 채 작은 인간은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핀다.


조심성이라곤 조금도 없는 소환자도 있는 모양이다.
모든 것에 주의할 필욘 없겠다만, 꼭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군.


그들에게 이 광경은 신기하기 그지없는 모양이다.
그야 그렇겠지. 그토록 긴 시간을 온전히 담아낸 풍경이니.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인간의 땅과는 다를 것이다.


풀이며 나무, 생선이나 동물을 보며 이리저리 탐구하는
소환자가 보인다. 눈이 반짝이는 게, 꼭 해츨링을 닮았군.


스스로의 재생력을 시험하고픈 자가 있는 모양이다.
도와주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만, 하던 중 회복이 듣지 않으면 살인자가 되는 건가?


그 지긋지긋한 열병을 이기고 와서일까, 본인들의 방식대로
휴식을 취하는 동족들이 많이 보인다. 역시 휴식은 고향이 최고이겠지...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소환자들과 계약해야 할 것이다.
누구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꽤 고민되는 일이로군…


드라켄헤임 내를 이리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인간이 있다는 것은
긴 역사 내에 아마도 처음일 테지. 자연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아마 지금쯤 쉴 새 없이 수다를 떠느라 소란스러웠을 테다.


‘인간의 시신을 치울 일은 없겠지?’ 누군가 지나가듯 말을 건다.
그들의 신체는 거의 불사이니, … 아니, 죽을 수도 있기는 한가?


소환자가 엉엉 우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어딘가 다친 모양이로군.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회복하겠지만.. 고통은 경감되지 않는 듯 하다.


간만에 자리잡은 레어는 안락하기 그지 없다.
이참에 친한 동족들의 레어를 순회해도 나쁘지 않겠지.

 

「소환자」

바다… 아니, 물 맛을 보면 이것은 호수다.
단지 너무 거대해서 바다처럼 보이는 것 뿐… ... 
물이 어찌나 맑은지 겨우 발목만 담가보려고 했을 뿐인데 순식간에 허리까지 빠진다.
저 가운데는 얼마나 깊은 수심일까?


무지개빛으로 오묘하게 빛나는,
아무리 봐도 독이 있어보이는 종류의 버섯이다.
하지만 ‘이 신체’라면 그 어느 독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머리가 세모낳고 송곳니가 긴 뱀이 튀어나와 다리를 물었다.
절대 독사겠지. 분명 독사일거야.
죽는걸까? ...라고 생각했지만, 30분쯤 열이 나나 싶더니 멀쩡해진다.


드래곤의 가죽으로 만들었다는 이 옷은 적당한 온도를 유지해준다.
운동량이 많아지면 조금 더워지지만, 밤에는 춥지 않고 아늑하다.
아무리 험하게 굴러도 해지지 않는다.


새콤하고 시원한 향이 나는 풀을 발견했다.
입에 넣고 씹어보니, 묘하게 껌같은 질감으로 변하고 입 안이 깔끔하게 상쾌해진다.


우선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충분한 영양분이 되는 식량, 물, 그리고 안전한 잠자리가 기본.
조건에 맞는 유리한 위치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넓은 땅덩어리라더니, 아직까지 나 이외의 사람을 마주친 적은 한 번도 없다.
다들 혼자서 이렇게 헤매고 있을까?


하얗고 거대한 건물을 발견했다. 
아주 오래되었는지 나무와 덩굴이 잔뜩 얽혀있고,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남아있지 않지만..
분명히 문명이 존재했던 흔적. 판타지 게임 속에나 나올 법한 배경. 여길 털어보면 보물 상자에서 포션이라도 줄까?


거대한 것은 식물이나 털 달린 짐승 뿐만이 아니었다… ...
사람보다 거대한 지네라니! 표피에는 부숭부숭한 털이 나 있고,
집게는 위협적이다. 게임 속 몬스터와는 차원이 다른 박력이잖아!
무엇보다, 징그러워!!!


주변이 점점 어두워진다 싶더니, 어느 새 완전한 밀림속이다.
어째서인지 바닥에는 끈적하고 하얀 실같은 것이 잔뜩 펼쳐져있고..
마치… 거대한 거미줄같은 … ...


이 허기를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먹어야 한다.
고기.. 고기가 먹고 싶다… 하지만, 그러려면… ...


전과는 다르게 몸이 가뿐하다.
가뿐한 수준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점프 한 번으로 저 거대한 나무 위로 오를 수 있을 정도.
움직임은 굉장히 빠르고, 힘은 어마어마하게 세져서,
마치 억지로 꾹 눌려있는 스프링같은 기분이다.


깜짝 놀라서 펄쩍 뛰었다가 말 그대로 ‘하늘로 튀어올랐다.’
떨어질 때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내리꽂혔다가, 우득. 뼈가 부러졌다.
재생력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아픔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울음이 터질 수 밖에 없는 고통이었다.


힘을 잘 못 쓰면 그대로 근육이 파열되고 뼈가 으스러지고 만다.
회복이 될 때 까지는 아파서 꼼짝도 할 수 없다.
..조금만 더 부드럽게 사용하지 않으면… ... 


몇 번째로 몸이 망가지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몇 번째 멀쩡히 돌아오는지도..
차라리 고통이라도 느끼지 않는 기능을 추가해주던가.
무릎만 까져도 아픈 것은 그대로이다..
...기분탓일까? 한 번 망가질 때마다 이 몸에 익숙해진다.

 


3.7
✺  한밤중임에도 나무가 소란스럽게 지저귀고 있다.. 거친 바람이 분다. 

소환자, 헨리 그레이필드가 처음 보는 기이한 마물을 발견하다.

드라켄헤임 생존 50일차.
처음 보는 기이한 마물을 발견했다!
(전투 로그 1컷)
✺ 수행 시 사이드 챕터 발생

 

 

 

앙몬드

✺  저 거대한 마물은 드라켄헤임의 높은 원시림도 뚫고 우뚝 솓아있다.

점액질의 마물은 불투명해서 내부가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하물며 지금은 밤. 그 안에서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핵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다.

 

점액질의 거대한 마물 안에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무언가가 보인다. 
저걸 처리하면.. 이 마물의 움직임이 멈출 지도 모르지만... 너무 빠르다.

 

마물의 핵이 눈에 들어와 가까이 다가갔다가, 
코트를 제외한 옷의 반 이상이 녹아버리고 말았다.

 

마물의 가까이에 다가가 공격하려다가, 산성의 점액질을 맞고 피부와 옷이 녹아내렸다. 
피부가 타는 것 같이 뜨겁다. 불쾌한 냄새가 난다. 
녹아내렸던 피부는 뼈를 드러내게 했지만 인간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의 속도록 재생되었다.

 

마물의 가까이에 다가가 공격하려다가, 산성의 점액질을 맞고 코트를 제외한 옷이 녹아내렸다. 
'저것'은 드래곤에게 아주 위협적이진 않지만, 건드리면 성가신 일이 생겨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룰일텐데... 소환자인가?

 

물컹한 체내 안에서 재빠르게 이동하는 핵을 발견하고, 
그것을 파괴하는 것에 성공했다. 
남은 핵은 몇 개지? 10개를 전부 제거하지 않으면 이 마물은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3.8
✺  이 곳은 망야천.

 


3.9
✺  얼마나 지났을까.
슬슬 망야천에 모였던 이들이 파하고 있습니다.

 

✺ 공중에 날아오른 아테바인이 권능을 행합니다.
그의 손길로 어루만져진 대지의 상처가 씻은 듯이 사라집니다.

 

✺ 일그러졌던 지형이 돌아오고, 깊게 패인 대지의 상처가 아뭅니다.
그러나 이미 생명을 잃은 나무와 풀, 꽃은 돌아오지 않는군요.

그렇지만... 저길 보세요.
바이스 폰 슈타인의 레어가 복구되었습니다.

 

 

 

 

 

✺ 상처입은 대지가 아테바인의 손길로 회복되었다..

일주일 뒤면 드디어 100일이 되는 날.
드라켄헤임 중앙에 우뚝 솟아있는 거대한 성, 《라 시르》로 모인다.

 

저 너머로 넓다란 늪지대가 보인다.
조금만 더 걸어 들어가면 훅 깊어지니, 늪 주인의
방문자가 아니라면 발이 빠지지 않게 조심하도록 하자.


아름답게 얼어붙은 성이 저 너머로 흐릿히 비춰진다.
근처엔 얼어붙은 동사체가 한 가득 … 어쩌면, 부러
이 근처에서 신선한 고기를 추수하는 이들이 있을 지도?


황금빛으로 빛나는 강이 보인다.
무언가를 둘러싸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레어인 걸까?
뛰어 넘어갈 수 없다면, 호수엔 되도록 발을 들이지 않는 게 좋겠다.


까마득히 높은 바위산이 보인다.
저 위엔 무엇이 있을까? 어렴풋이 문 같은 게 보이는 것 같기도...


파헤쳐진 밭이 하나 보인다. 무시무시한 경고문도 있군…
누군가 재배하고 있는 걸까? 고개를 들면, 맑은 호수 뒤로
집 같은 것이 보이는 듯 하다. 방문해 볼까?


고개를 들어 보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고목은 굵기마저 엄청나다.
그 주변을 구경하고 있자면, 커다란 문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누구의 레어가 나오는 걸까?


여러 나무들 사이로 거목이 우뚝 서 있고,
그 뒤로 폭포가 흐른다. 꽤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따금 풍경에 걸맞는 노래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흐드러진 꽃밭 사이로 높다란 나무가 우뚝 서 있다.
그런데 … 그 틈에 철로 된 생물체가 보이는 것 같은데?
이 땅을 지키는 수호물인 걸까? 얼핏 보기엔 얌전해 보인다.


깜깜하기 그지없는 동굴을 지나면, 붉은 꽃잎이 흐드러진
아름다운 풍경이 시야 안에 탁 들어온다. 고개를 돌리면,
연꽃과 퍽 닮아 보이는 거대한 무언가가 보인다. 레어인 걸까?


어두운 밤, 발 앞을 발광 생물이 희미하게 비춰주고 있다.
눈 앞에 곧 드러나는 것은 세 개의 높다란 문.
열어도 주인에게 실례가 되지 않는 문은 셋 중 무엇일까?


장대한 숲 사이로, 흰 구조물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무언가의 문일까? 전부 당첨은 아닌 것 같은데 …
누군가의 레어로 들어가자면 머리나 운 중 하나는 있어야할 것 같다.


체리 나무 하나가 둥치 위로 자리잡고 있다
우연히 있는 걸까? 아니면 이 땅에 자리잡은 주인이 좋아하는 걸까?
고개를 돌려 보면, 흰 석조물로 된 건물이 하나 눈에 보인다.


저 너머로 안개 자욱한 산이 보인다.
산의 중앙엔, 요새처럼 보이는 성이 자리하고 있다.
용이 자신의 권능으로 지어낸 걸까? 그렇다기엔, 묘하게 …


둥글고, 평화로운 모양새의 레어 … 에서 마물이 나타났다지?
그 덕에 일대가 쑥대밭이 되었다는데 … 과연 그 레어가 무사할지.. 걱정되었으나,
강력한 복구 권능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복원된 모양이다.


용암이 흐르는 레어가 있다고 한다. 끝없이 순환되는
용암은 퍽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는데 … 어떤 장소인 걸까?

 

 

「드래곤」

적절히 먼지를 털어낸 레어는 한층 정돈되어 보인다.
분명 방문하는 소환자들마다 감탄을 펼쳐내기 바쁠 테지.


소환자들은 그새 이 땅에 잘 적응한 듯 보인다.
물론 가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
아직 시체를 치우진 않았으니, 잘 적응한 게 맞을 테지.


동족간의 대화에선, 소환자들에 대한 화제가 빠지지 않는다.
언제부터 그들이 우리에게 이런 존재가 된 걸까.
새삼 신기한 일이다.


작은 생명체를 데리고 다니는 동족이 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모두가 번식을 한 것은 아닐 테고, 마물의 알이라던가 …
용에게 자란 마물이라니, 극히 드문 일은 아니지만 생경스럽기는 하다.


레어 주변을 돌아 보자면 때때로 인간의 흔적이 스며 있다.
소환자의 것일 그 흔적은 이제는 꽤나 익숙해져서, 꼭 아주 먼 옛날.
인간과 용이 함께했던 시절을 일부분이나마 닮은 듯 하다.


부정한 마물 살로메가 휩쓸고 간 자리는 아테바인의 권능으로 지형이 회복되었다.
바이스의 레어도 무사히 복구되었겠지.
안타깝게도 이미 생명을 잃은 꽃과 나무는 돌아오지 않지만..
늘 그렇듯 느긋히 기다리면 금새 새로운 싹이 틀 게다.


마물로 변했던 님프들이 백색으로 돌아와 전보다 더욱 숲 곳곳을 가꾸고 있다.
그러고보니.. 그 일 이후로 마물들이 굉장히 얌전해진 것 같은데… ...
분노의 요정이 담고 있던 온갖 부정과 관련된 것이었을까?
살로메는 이 거대한 숲의 스트레스가 모인 무언가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주기적으로 그 녀석을 터트려주는 게 드라켄헤임에는 더 좋을 지도...


이번에 출현했던 부정의 마물은 그 전에 보았던 살로메보다 훨씬 거대하고 위협적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건드리지 않아 곪아버린 상처처럼...  
그러고보니, 그 이후로 마물이 눈에 띄게 온순해진 것 같은데..?


소환자는 어느 새 자신의 몸을 사용하는 방법을 스스로 익힌 것으로 보인다.
넘쳐흐르던 파워를 주체하지 못하더니, 이제는 제법 익숙하게 사용한다.
살생을 두려워하던 모습도.. 꽤나 덤덤해진 모양이다.
그래. 그게 바로 ‘생존’이라는 거겠지.


끝없는 구멍의 발생을 억제하는.. 신비한 마물의 알.
오래 살아 온 용생에서도 처음 보는 존재이다.
태어나는 마물 역시 지금껏 보았던 마물과는 전혀 다른 생김새이고,
무엇보다.. 드래곤에게 본능적인 두려움을 품는 보통의 마물과는 다르다.
아직까지는 별 다른 능력이 눈에 띄지는 않는데 … ...


우리의 레어에 방문하는 소환자들이 종종 있다.
레어에 온 손님이 동족이 아닌 인간이라니.. 기분이 묘하면서 들뜨는 것도 사실이다.
괜히 이것 저것 꺼내서 보여주고 싶잖아.
가만, 내 레어를 청소해놨던가?


동맹에는 응했지만.. 아직은 종족 전체가 필요한 사안으로 보이지 않아
나서지 않고 드라켄헤임 깊숙한 곳에서 잠을 자고 있거나,
여행을 떠나있는 이도 있다. 
뒤늦게 기아스의 열병을 앓으면… 무슨 말을 할까.


그러고보니 오늘… 쓰레기 버리는 날이었던가?
이런... 늦으면 렌이 잔소리를 할 텐데.
보름이 뜨는 날에는 《라 시르》에 모여 쓰레기를 소각하는 날이다.


심심한데 《라 시르》에 가볼까? 
그 거대한 백색의 성은 전체 회의 소집 장소로 쓰이기도 하지만, 
별 다른 일이 없어도 모여서 다과를 들거나 수다를 떨기도 하고
누군가 여행에 돌아오면 이야기 보따리를 푸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모든 드래곤의 레어에는 각자 다른 형태의 커다란 소라 고둥 아티팩트가 놓여있다.
무언가 안건이 있을 때 그 쪽을 통해 로드가 말을 전달하곤 한다.
이 쪽에서 발신하는 것은 불가하지만, 소집이 필요한 일에는 유용하게 사용된다.
끄기 전까지 같은 말을 계속해서 반복하니, 어서 끄고 소집 장소에 가보는 게 좋겠다..

 

 

「소환자」

물고기를 낚는 데에도 이젠 꽤 익숙해졌다.
모닥불에 구워진 생선은,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슬슬 이 곳에 나는 열매들이 어떤 맛인지 알게 됐다.
무엇이 제일 사각이는 식감인지, 무엇이 제일 달콤한지.
색다른 맛을 찾을 때엔 조금의 즐거움이 스민다.


드래곤의 레어는 생각보다 곳곳에 있는 모양이다.
그 주인의 개성을 하나같이 품고 있어, 몰래 구경하기가 좋다.


슬슬 검을 휘두르는 데에도 익숙함이 더해진다.
검사라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제 할 일을 어느정돈 해내게 됐다.


비가 오면, 몸은 자연스레 빗발을 피하기에 가장 좋은 곳을 찾는다.
오늘은 … 오던 길에 보았던 동굴로 숨어드는 것이 좋겠지.


근처에 서식하던 동물이, 나를 보더니 움찔하는 기색을 띄곤
스스로 자리를 옮긴다. 소환자들 중 누군가에게 호되게 당한 걸까?


누군가의 알이 보인다. 영양가가 있으니 삶아 먹어도 좋겠지.
그러고 보니, 최근 작은 생명체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 늘었다던데...


드라켄헤임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넓지만,
주된 행동반경 내에선 적절히 익숙해진 기분이 든다.
이 곳을 돌면.. 봐, 늘 커다란 나무가 있지.


드래곤들에게선 작은 도움을 받고 있다. 먹을거리라던가, 잠시 잘 곳 등.
그들의 조언을 받은 채 생존해나가다 보면, 왠지모를 유대감이 든다.


이따금 다른 소환자들을 마주치기도 한다. 그들을 보면 마치 외국에서
고국의 사람을 만난 기분이랄까. 어쩌면 동료애도 여기서 길러질지도?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온갖 종류의 마물도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크고 작은 형체가 다양한 마물은 그 모습에 상관 없이 어느 쪽이든 위협적이다.
잠깐 조는 순간 마저 목숨의 위협은 늘 있는지라, 감각이 아주 예리해져 생각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할 정도이다.
그렇지만… … 벌레 형태의 거대한 그것에는…… 언제 보아도 익숙해지기가 어렵다.


몸이 적당히 더러워지면, 알아서 호숫가에서 씻거나 온천에 담그게 됐다.
야외에서의 목욕은 아직 묘한 기분이 들지만, 개운한 감각을 놓칠 순 없지.


불을 피우는 것은 몹시 어렵다고 들었는데, 신체의 향상 덕분인지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았다. 다만, 종종 막대를 부러트리기도 …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이 파워에도 이제는 살짝 익숙하게 되었다.
만약 이전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조금은 아쉬워질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따져보면 엄청나기 그지없는 상황인데도
드러누워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있자면 편안함이 몰려들어와,
조금은 치유받는 느낌이 된다. … 자연의 힘은 꽤 굉장하구나.

 

 

 

100일이 지난 지금. 헬리오스는 하나 둘 《라 시르》에 모이고있다.

 

 

✺ 그런데... 어라?
저 소환자는 종일 핸드폰을 들고 다니며 영상을 촬영하던 그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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