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것."
✺ 공간에 뚫린 검은 구멍 ... ...
드디어 토벌이 시작되었다.
헬리오스에 영광을, 그리고 승리를!
토벌을 위해 드라켄헤임의 외곽 지역에 있는 인간의 마을..에서도
멀리 떨어진 곳에 나타난 ‘끝 없는 구멍’근처에 도착했다.
마을과는 거리가 있는 덕에 큰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끝 없는 구멍’은 멀리에서부터 공간의 어느 기점에 검은 구멍이 뚫려있는 듯이 보인다.
텅 비어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그득 들어차 있는 것 같이도 보인다.
이 구멍에서 나오는 천사들은 비교적 약한, 5급에서 4급까지의 천사들이라고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 이 정도라면 드라켄헤임의 강한 마물과 비슷한 정도다.
채 다 죽이지 못한 천사가, 며칠 후 좀 더 강한 힘을 가지고 나타났다.
최대한 빠르게 섬멸해 둬야겠는데…
하루의 토벌이 끝나면, 끈적해진 몸을 씻어내리거나 치료를 받는다.
그렇게 이어져가는 토벌은 꼭 전쟁 속에 들어온 기분을 들게 만든다.
하긴, 천사와의 전쟁이라면 전쟁인가.
다행스럽게도 라 시르에서의 정기보고 중 사라진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소환자들의 재생력이라면 믿고 있어도 되겠지. 오히려 드래곤 쪽이 걱정인 걸까.
그래도 약한 천사이니까, 지금은 헤어질 염려를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다.
피곤이 몰려들지 않는다면 거짓일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해나가야 할 수 많은 싸움 중 이것은 전초전일 뿐이겠지.
마음을 가다듬어야겠다.
몸의 소모가 큰 탓인지, 자꾸만 무언가를 먹게 된다.
김치- 는 꽤 맛이 괜찮았었지.
지친 이들끼리 한데 모여 배를 채우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힘에 부칠 땐, 다른 이들이 지원해주러 오는 것이 든든할 따름이다.
동료라는 건, 이런 걸까?
「드래곤」
인간에게 ‘천사’라 명명받은 저 것은, 언제 보아도 불쾌해진다.
징그러운 곤충을 봤을 때나 느끼는 강렬한 거부감이 올라올 뿐이다.
드라켄헤임 한 켠에 나타난 「어비스」는 키무스 멕시아 각지에 나타난 것들보다 훨씬 작은 수준이다.
인간을 살생하며 학습하기도 전에 우리 종족에게 토벌당해 피해가 최소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건.. ‘끝 없는 구멍’은 생명을 해할수록 넓어진다는 거겠지.
라일에 있는 것이 가장 큰 규모일 것이다.
영 믿음직스럽지 못했던 소환자들은 우리의 심장으로 만들어진 검을 들고
천사를 하나, 또 하나 쓰러트려가고 있다.
권능으로 천사를 없애려고 했을 때에는 재로 바스러지더니,
검에 쓰러진 천사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이었다는 듯 쓰러져 움직임을 멈춘다...
시체가 되었던 천사는 다른 생물보다 더 빠르게,
일주일 안에 부식되어 거뭇한 흔적을 남기고 사라져간다.
천사와 싸우는 소환자들의 몸은 생각보다 쉽게 망가지고,
또 생각보다 빠르게 복구된다.
이 광경엔 익숙해졌다 생각했으나.. 영 기분이 좋지는 않군.
전투에 권능을 응용하는 소환자들이 몇몇 엿보인다.
그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묘한 기분이 든다.
저들을 이제 ‘인간’ 이라 불러도 좋은가?
천사의 비명은 이제 꽤 익숙하지만, 동시에 인간과 닮고, 닮아서 더욱 불쾌하다.
꼭, 천년 전쟁 속 비명을 떠오르게 하는 듯...
분명 우리의 심장으로 만든 검일진대,
인간의 손에 쥐인 그것으로만 천사를 온전히 없앨 수 있다는 점이 기분을 묘하게 만든다.
재가 되어버린 천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모습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우리가 힘을 빼 두면, 소환자들이 처리하는 것이 나을까.
꼭 도구라도 된 듯한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라 시르 곳곳에서 피비린내가 난다.
천년전쟁이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우리의 터전이 다시 피로 물들어 가는지.
조금은 신을 원망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소환자」
저게, 천사 …? 하나도 성스럽지 않잖아! 오히려 무시무시하게 생겼다. 오싹한데… 에일리언 같아!
저게, 천사 …? 정말 명화에 그려진 것 같은 모습에, 기분이 묘해진다. 저 정도라면 천사라는 명칭도 어울리긴 하네...
‘푹,’
등 뒤에서 무언가 관통하더니 간단하게 몸 앞까지 뚫려버린다.
어, 잠깐.. 이거, 피야? 뭐야?
뒤를 돌아보니 황금의 창을 꽂아넣은 날개 달린 석고상같은 「천사」가… ...
‘끝 없는 구멍’이라고 불린다더니, 저 멀리서 보아도 말 그대로 그 끝을 알 수 없는 구멍처럼 보인다. 신에게 송곳이 있다면 그걸로 세계에 구멍을 뚫어놓은 것 같은 모습.. 이라고 해야할까.
천사는 어떻게 세어야 하지? 몇 명?.. 마리? ...몇 개?
저게 생명체이기는 한걸까? 잘 조각된 무언가가
‘살생한다’는 목적만 가지고 움직일 뿐, 살아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드디어 보게 된 천사는.. 마물에게 쏘아졌던 살기나,
드래곤에게 접했던 위압감과는 또 다른 느낌.
분명히 겉모습은 아름다움, 인간이 추구하는 ‘미’에 가깝지만
벌레에게서나 느꼈던 원초적인 거부감이 올라온다. 징그러워...
천사는 검에 찔려 비명을 질러댔다.
저 것도 고통이라는 걸 느끼는 걸까?
피부는 대리석처럼 하얗지만 그 껍데기 아래에는 인간과 똑같이 붉은 피를 가지고 있었다.
손을 적시는 게 내 피인지, 천사에게서 튄 피인지 알 수 없다… ...
외형은 꼭 인간과 비슷하지만.. 전혀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던 「천사」가,
죽어가면서는 울컥 피를 토하고 기묘한 소리로 흐느끼자
사람이라도 죽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마구잡이로 공격해오는 「천사」에게 몇 번이고 신체가 뚫리고, 찢기고, 짓이겨진다.
언제나 고통에는 익숙해지지 않지만..
그 무슨 짓을 당해도 멀쩡히 돌아오는 이 신체에는 적응이 되고 있다.
일어서서 검을.. 쥐어야 하는데, 팔이… 어디 갔지?
어, 잠깐만… ...
✺ 헨리 그레이필드와 사브리나 비젤이 증식하는 천사를 발견했다.
천사는 떼지어 마을을 습격한다.
이 피비린내는 천사의..? 사람의..? 아니면 나의...?
✺ 민가를 덮친 천사를 처리하기 위해 헬리오스가 모이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미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모양이다.
마을을 태우는 불꽃은 춤추고, 천사는 노래한다.
✺ 끝도 없이 증식하는 것 같던 5급 천사는 과반수 이상 제거되었다.
... ... 이제 더 불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SIDE CHAPTER
부화
✺ 자가분열하던 5급 천사는 끊임 없이 증식하다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더 이상 그 개체가 늘어나지 않았다.
헬리오스의 협동으로 천사는 정리되고 마을을 집어삼키듯 춤추던 불길은 안정되어간다.
...최초로 분열을 시작했던 한 마리의 천사는 조용히 마을을 빠져나간다.
드라켄헤임의 깊은 곳으로, 더 깊은 곳으로.
✺ '끝 없는 구멍'에 다시 돌아가기 위해 그 몸을 숨기고 회복을 시작한다... ...
분열한 개체 모두의 전투 경험을 흡수하여,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이대로 돌아가면 자가 분열하는 1급 천사로 성장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헬리오스는, 세상은 ... ...
✺ 예지 권능을 가진 슈르마에 의해 천사가 발견되었다.
그런데 그 상태가...?
고치에서 튀어나온 무언가는 헬리오스를 무참히 공격하고,
눈치채지 못 한 사이 그 피부 아래로 스며들었다... ...
✺ 회복중이던 천사가 부화하여 그 모습을 드러냈다.
천사는 1급 천사로 판별되었다.
나타난 천사는 모두... 2체.
저게 바로, 1급 천사... ...
경이로움을 넘어서 신성하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완전한 모습으로 나타난 천사의 크기는 3m를 조금 넘어보인다.
다른 천사보다 유난히 크지는 않지만, 앞에 있는 것만으로 보이지 않는 압력이 느껴진다... ...
푹,
천사가 들고 있던 창에 배를 관통당했다.
아프다고 느낄 사이도 없이 울컥 피가 쏟아진다.
권능에 저항력이 강한지,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
보호 권능을 가볍게 부수고, 파괴 권능은 손짓 한 번에 꺼트려버린다.
....눈이.. 마주쳤나?
처음으로 압도적인 무력감을 느낀다.
당장이라도 한 줌 재가 되어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
두 체의 1급 천사는 서로 소통을 하듯이 움직이는 것만 같다.
서로가 당하는 공격을 막아주고, 힘을 합쳤다가 다시 떨어져 공격해온다.
마치 둘이 합쳐 하나의 생물같다.
저런 게 만약 '끝 없는 구멍'으로 돌아가 완전히 회복해서 다시 나타났다면... ...
동료들이 지쳐가는 게 느껴진다.
...저건,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는걸까?
명백히'죽인다'는 의미만을 갖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왜 그렇게 미워하는 거야?
✺ 한 체의 천사가 쓰러지자, 홀로 남은 천사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 완전한 모습의 천사 두 체는 모두 쓰러졌지만...
... 헬리오스의 피해가..
천사를 제거했지만,
헬리오스가 입은 피해는 매우 크다... ...
쌍생 천사와 함께 '끝 없는 구멍'하나는 완전히 제거되었다.
남은 하나의 구멍도 잔존 천사를 제거하면서 눈에 띄게 작아지고 있다.
천사의 존재로 구멍이 유지되었던 걸까?
끝 없는 구멍은 어째서 발생하는 걸까,
뚫린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
라 시르에서 하는 헬리오스 정기 회의에 모였다.
잔존 천사는 5급~4급으로 판명되었다.
동료들이 입은 피해는 크지만... 사망자가 없다는 것이 다행이다.
사망자는 없지만... ...
라 시르 정기 회의에 익숙한 얼굴 몇이 보이지 않는다.
영구부상을 입은 자와, 몸은 회복되었지만 눈을 뜨지 못하는 푸른 머리의 작은 소환자... ...
소환자 사토 린은 1급 천사와의 전투 이후로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깨끗하게 아물어 있는데... ...
그 어떤 회복 마법도, 권능도 통하지 않는다.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있는 모습이 마치....
'그게'... 1급 천사.
그런 게 더 있는 걸까? 얼마나 더...?
남은 구멍은 몇 개지?
✺ 잔존 천사를 제거하고 있다. 남은 하나의 끝 없는 구멍도 곧 소멸할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 ... 모습이 달라진 누군가가 눈에 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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